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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칼럼] 야구장의 거대한 성적표, 전광판(스코어보드) 5분 만에 마스터하기

by siestaplan 2025. 11. 9.

입문자들이 보크(Balk)만큼이나 생소해하는 것이 바로 야구장 정면에서 빛나고 있는 거대한 전광판입니다. 숫자와 알파벳이 가득한 그 판을 보며 "지금 누가 이기고 있어?"라고 묻는 친구들에게, 단순히 점수만 알려주는 것을 넘어 그 속에 숨겨진 경기 전체의 서사를 읽어주는 법을 알려드리겠습니다.

제 개인적인 경험을 빌리자면, 저 역시 처음 야구장에 갔을 때는 전광판 하단에 적힌 복잡한 숫자들 때문에 눈이 아팠던 기억이 납니다. 하지만 이 숫자들의 의미를 알고 난 뒤부터는 중계방송 없이도 경기의 흐름을 완벽히 장악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야구 경기 점수판(스코어보드) 이미지. 현재 3회까지 홈팀 3점, 원정팀 1점이며, 볼 2개, 스트라이크 1개, 아웃 1개 상황을 보여주고 있음.

 

 


[에디터의 한마디] 야구장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시선을 압도하는 것은 화려한 전광판입니다. 하지만 초보 팬들에게 전광판은 마치 암호문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누군가는 전광판의 화려한 영상에 집중할 때, 진짜 야구 고수들은 그 옆에 작게 적힌 숫자들을 보며 경기의 향방을 예측합니다. 오늘은 점수판 뒤에 숨겨진 기록의 의미를 파헤쳐 보겠습니다.

1. 이닝(Inning)의 흐름: 1부터 12까지의 숫자

전광판의 중앙을 가로지르는 1부터 9, 혹은 12까지 적힌 숫자는 야구의 '시간'을 의미합니다. 야구는 축구나 농구처럼 시계가 돌아가는 경기가 아니라, 9회라는 정해진 이닝을 소화해야 끝나는 경기입니다. 숫자 아래 적힌 점수들은 각 회차에 해당 팀이 낸 점수를 뜻합니다.

여기서 한 가지 재미있는 관전 포인트는 후반부인 7, 8, 9회로 갈수록 점수가 잘 나지 않는 경향이 있다는 점입니다. 이를 통해 현재 경기가 투수전인지, 아니면 타격전인지 한눈에 파악할 수 있습니다. 만약 9회까지 승부가 나지 않아 숫자가 10, 11로 넘어간다면, 그날 여러분은 야구의 꽃이라 불리는 '연장전'의 짜릿함을 현장에서 경험하고 계신 것입니다.

2. 신비로운 네 글자: R, H, E, B의 경제학

전광판 가장 우측에 세로 혹은 가로로 나열된 R, H, E, B는 그날 경기의 품질을 말해주는 핵심 지표입니다.

먼저 R(Run)은 우리가 가장 잘 아는 '최종 점수'입니다. 야구는 결국 이 R이 높은 팀이 이기는 게임입니다. 하지만 고수들은 R보다 그 옆의 H(Hit)와 E(Error)를 더 유심히 봅니다. H는 팀이 기록한 안타의 개수입니다. 만약 R은 낮은데 H가 높다면, 그 팀은 기회는 많았으나 집중력이 부족했다는 증거가 됩니다.

가장 가슴 아픈 글자는 E(Error)입니다. 이는 수비 실책의 횟수를 뜻합니다. 야구는 흐름의 스포츠라, 실력 있는 팀이라도 이 E 하나 때문에 공들여 쌓은 탑이 무너지곤 합니다. 마지막으로 B(Ball on Balls)는 투수가 허용한 볼넷의 개수입니다. H가 적어도 B가 많다면 그날 투수의 제구력이 흔들리고 있다는 위험 신호로 읽을 수 있습니다.

3. 선수 이름 옆의 숫자: 그들의 숨겨진 포지션

선수 명단 옆에 적힌 1번부터 9번까지의 숫자는 등번호가 아니라 그들의 **'수비 위치'**를 나타내는 약속입니다. 예를 들어 투수는 1번, 포수는 2번, 유격수는 6번과 같은 식입니다.

중계 화면에서 "6-4-3 병살타"라는 말을 들어보셨나요? 이는 전광판에 적힌 번호를 기준으로 유격수가 2루수에게 던지고, 다시 1루수에게 던져 아웃 두 개를 잡았다는 뜻입니다. 이 숫자의 의미를 알고 전광판을 보면, 지금 공이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지 그리고 어떤 수비 전술이 펼쳐지고 있는지를 입체적으로 이해하게 됩니다.

전광판은 야구라는 드라마의 지도다

야구 전광판은 단순한 점수판이 아닙니다. 경기에 참여하는 18명의 선수와 벤치 멤버, 그리고 투수의 구속과 볼 배합까지 담겨 있는 데이터의 집합체입니다. 이제 야구장에 가신다면 화려한 응원도 좋지만, 잠시 전광판의 R, H, E, B를 뚫어지게 쳐다보며 경기의 숨은 의도를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오늘은 안타가 10개인데 점수는 1점뿐이네, 참 답답한 경기구나" 혹은 "실책이 하나도 없는 걸 보니 오늘 경기는 정말 수준 높다"라고 한마디 툭 던지는 순간, 여러분은 더 이상 야구 초보가 아닌 진정한 팬으로 거듭나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