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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칼럼] 공이 던져진 최초의 순간: 고대 문명 속 야구의 원형을 찾아서

by siestaplan 2026. 1. 5.

[에디터의 한마디] "인류가 땅에 발을 딛고 서서 막대기로 공을 쳤던 최초의 순간은 언제였을까?" 우리는 야구를 '미국 스포츠'의 대명사로 여기지만, 사실 '공'과 '막대기'라는 원초적인 도구를 사용한 놀이는 인류 역사만큼이나 오래되었습니다. 고대 이집트의 벽화부터 마야 문명의 신비로운 경기장까지, 인류 문명 속에 숨겨진 야구의 원형을 고고학적 발굴과 역사적 기록을 통해 탐사합니다. 단순한 스포츠를 넘어, 인간의 유희 본능과 문화적 유산을 추적하는 여정입니다.


정교한 기하학적 문양과 신화적 인물이 새겨진 고대 아즈텍 태양석 문양. 야구의 기원과 맞닿아 있는 고대 문명의 공 놀이 역사 및 고고학적 탐구를 상징함.


1. 원시 사회의 '막대기 놀이': 생존을 위한 모의 전투

최초의 '야구 원형'은 인류가 사냥을 시작한 원시 시대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막대기나 몽둥이로 돌멩이나 열매를 때려 맞추는 행위는 사냥 기술을 연마하는 모의 전투였을 것입니다. 던져진 물체를 타격하는 능력은 생존에 필수적인 기술이었고, 이는 곧 집단 내에서의 협력과 경쟁을 유도하는 놀이로 발전했습니다.

고고학자들은 수렵 채집 시대의 유적에서 나무 막대기 형태의 도구와 둥근 돌멩이를 종종 발굴하는데, 이들이 단순한 도구가 아닌 초기 형태의 '놀이 도구'였을 가능성을 제기합니다. 이러한 원시적 '막대기 놀이'는 육체적 단련뿐만 아니라, 집단 구성원들 간의 유대감을 형성하고 사회적 위계를 확립하는 중요한 문화적 기능을 수행했을 것입니다.

2. 고대 문명의 '공 게임': 종교의식과 스포츠의 융합

본격적인 '공 게임'은 농경 사회로 접어든 고대 문명에서 그 흔적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 이집트 벽화 속 '구기 놀이': 기원전 2000년경 이집트 베니하산(Beni Hasan)의 무덤 벽화에는 여성들이 원형 공을 주고받는 모습이 묘사되어 있습니다. 이 공 놀이는 단순히 즐거움을 위한 것이 아니라, 풍요를 기원하는 종교적 의식의 일부였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공의 움직임은 태양의 움직임이나 생명의 순환을 상징했을 수 있습니다.
  • 메소아메리카 문명의 '포크 타 포크(Pok-ta-pok)': 고대 마야, 아즈텍, 올멕 문명에서 성행했던 '포크 타 포크'는 야구의 '원형'으로 가장 많이 거론되는 고대 스포츠입니다. 기원전 1400년부터 서기 1600년까지 성행한 이 경기는 고무로 만든 무거운 공을 팔꿈치나 허벅지 등을 이용해 경기장 양쪽에 있는 돌 고리에 넣는 방식이었습니다.
  • 이 경기는 단순한 놀이를 넘어, 때로는 패배 팀의 주장이나 선수들이 신에게 바쳐지는 희생 제물의 대상이 될 만큼 종교적·정치적 의미가 강했습니다. 포크 타 포크는 '공을 던지고(혹은 쳐서), 특정 공간(고리)을 통과시키는' 야구와 유사한 목표 의식을 가지고 있었으며, 팀 대항전이라는 경쟁 구도 또한 현대 스포츠의 원형을 보여줍니다.

3. 중세 유럽의 '배트 앤 볼 게임': 민속놀이에서 스포츠로

유럽에서는 중세 시대를 거치며 다양한 형태의 '배트 앤 볼 게임(Bat-and-ball games)'이 발전했습니다.

  • 크리켓(Cricket)의 탄생: 13세기 영국에서는 목동들이 막대기로 양털 뭉치를 치는 놀이를 즐겼는데, 이것이 훗날 크리켓의 기원이 되었습니다. 크리켓은 야구와 유사하게 '투수(Bowler)'가 공을 던지고 '타자(Batsman)'가 공을 쳐서 득점하는 방식입니다. 야구와 가장 흡사한 '필드 경기' 형태를 갖춘 것이 특징입니다.
  • 라운더스(Rounders)와 베이스볼: 17세기부터 영국과 아일랜드에서 성행한 '라운더스'는 '베이스'를 돌며 득점하는 규칙을 가지고 있어, 야구와 직접적인 조상 관계로 여겨집니다. 라운더스는 던져진 공을 막대기로 치고, 베이스를 찍고 홈으로 돌아와야 득점하는 방식인데, 이는 현대 야구의 규칙과 매우 흡사합니다. 미국의 초기 야구 형태인 '타운볼(Town Ball)'과 '매사추세츠 룰(Massachusetts Rules)'은 라운더스의 영향을 강하게 받았습니다.

4. 근대 야구의 탄생: 규칙의 표준화와 민주주의의 상징

19세기 중반 미국에서 야구가 현대적인 형태를 갖추게 된 것은 이러한 오랜 '배트 앤 볼 게임'의 유구한 역사 속에서 자연스럽게 파생된 결과입니다. 1845년 알렉산더 카트라이트(Alexander Cartwright)가 발표한 '니커보커 규칙(Knickerbocker Rules)'은 야구의 표준화된 규칙의 시초로, 오늘날 우리가 아는 야구의 기본 틀을 잡았습니다.

야구는 민주주의 시대에 태어난 스포츠로,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단순한 규칙과 팀워크를 강조하며 미국 사회의 통합에 기여했습니다. 야구의 기원이 하나의 '발명'이 아니라 인류의 오랜 '문화적 진화'의 산물이라는 점은, 이 스포츠가 가진 보편적인 매력을 더욱 깊게 이해하게 만듭니다.

📊 고대/중세 '공 놀이'와 야구의 유사점 비교

놀이/스포츠 시대 및 지역 주요 규칙 / 특징 야구와의 유사점
원시 막대기 놀이 선사 시대 막대기로 돌멩이/열매 타격 타격 행위, 육체 단련, 팀워크
이집트 구기 놀이 고대 이집트 원형 공 주고받기 공을 이용한 놀이, 집단 활동
포크 타 포크 고대 메소아메리카 고무공을 고리에 통과 공과 특정 지점 통과, 팀 대항
크리켓 13세기 이후 영국 투수-타자 대결, 득점 구역 투타 대결, 필드 플레이, 득점
라운더스 17세기 이후 유럽 공 치고 베이스 돌아 득점 베이스 러닝, 타격, 수비 진영
타운볼/매사추세츠 룰 19세기 미국 지역별 야구 변형 현대 야구 규칙의 직접적 조상

🏁 인간 유희 본능의 영원한 메타포, 야구

야구장은 단순한 스포츠 경기장이 아니라, 인류가 공과 막대기를 가지고 놀았던 수천 년의 역사가 압축된 고고학적 유적지와 같습니다. 고대 이집트인들이 공을 던지며 풍요를 기원했고, 마야인들이 피로 신께 공을 바쳤듯이, 현대인들도 야구라는 게임을 통해 희로애락을 느끼고 집단적 정체성을 확인합니다.

야구의 기원은 단순히 '최초'를 찾는 작업이 아니라, 시대를 초월하여 인간이 가진 '유희 본능'과 '경쟁 심리'가 어떻게 진화해 왔는지를 보여주는 인류학적 보고서입니다. 다음 경기에서 홈런이 터지고 주자가 베이스를 돌 때, 그 모습 속에서 수천 년 전 조상들이 던지고 쳤던 공의 그림자를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야구는 단순한 스포츠를 넘어, 인간 문명의 깊은 역사와 함께 숨 쉬어 온 '영원한 게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