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의 한마디] 야구 중계 화면에서 타자가 타석에 들어설 때 가장 먼저 보이는 숫자는 무엇인가요? 아마도 많은 분이 '타율'을 떠올리실 겁니다. 3할 타자는 오랫동안 정교한 타격의 상징이었고, 팬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아왔습니다. 하지만 현대 야구는 "안타를 많이 치는 것이 반드시 득점에 비례하는가?"라는 발칙한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습니다. 그 답으로 제시된 것이 바로 OPS와 OPS+입니다. 단순히 배트에 공을 맞히는 재주를 넘어, 팀의 승리를 위해 베이스를 점유하고 주자를 불러들이는 타자의 실질적인 파괴력을 측정하는 이 지표들의 매력을 파헤쳐 보겠습니다.

1. 공격력의 가장 완벽한 합계: OPS(On-Base Plus Slugging)의 직관적 힘
OPS는 현대 야구 중계에서 타율만큼이나 자주 등장하는 지표입니다. 계산법은 놀라울 정도로 단순합니다. 타자가 얼마나 자주 살아 나가는지를 나타내는 '출루율(OBP)'과 타자가 한 번의 타석에서 평균 몇 개의 베이스를 얻어내는지를 보여주는 '장타율(SLG)'을 더하기만 하면 됩니다.
이 단순한 합계가 왜 중요할까요? 전통적인 타율은 단타와 홈런을 똑같은 안타 하나로 취급하며, 볼넷으로 출루하는 가치를 완전히 무시합니다. 반면 OPS는 안타를 치지 못해도 볼넷을 골라 나가는 인내심(출루율)과, 한 번의 스윙으로 담장을 넘겨버리는 파괴력(장타율)을 동시에 평가합니다. 일반적으로 OPS가 0.800을 넘으면 수준급 타자로, 0.900을 넘으면 리그를 지배하는 강타자로 간주합니다. 타율 0.300을 기록하면서도 볼넷이 적고 단타 위주인 타자보다, 타율은 0.260이지만 볼넷이 많고 홈런을 펑펑 터뜨리는 타자가 팀 득점에는 훨씬 더 크게 기여한다는 사실을 OPS는 숫자로 증명해 줍니다.
2. 공정함의 잣대를 들이대다: OPS+(Adjusted OPS)의 탄생
하지만 OPS에도 맹점은 있습니다. 바로 야구장이 선수마다 공평하지 않다는 사실입니다. 어떤 구장은 담장이 가까워 홈런이 쏟아지는 '타자 친화적 구장'인 반면, 어떤 구장은 광활한 외야 덕분에 안타조차 점수가 되기 힘든 '투수 친화적 구장'입니다. 또한 리그 전체적으로 투수가 강세인 시즌이 있고 타자가 득세하는 시즌이 있습니다. 이러한 환경적 변수를 모두 제거하고 타자의 순수한 실력만을 추출해낸 지표가 바로 OPS+입니다.
OPS+는 리그 평균을 100이라는 기준점으로 설정합니다. 만약 어떤 타자의 OPS+가 120이라면, 그는 리그 평균보다 20% 더 뛰어난 생산성을 보여주었다는 뜻입니다. 반대로 80이라면 평균보다 20% 뒤처진다는 의미입니다. OPS+의 가장 큰 장점은 '상대적 공정성'에 있습니다. 투수들이 득세하던 1960년대의 타자와 타자들이 득세하던 2000년대의 타자를 동일 선상에서 비교할 수 있게 해주기 때문입니다. 잠실야구장처럼 넓은 곳에서 OPS 0.850을 기록한 타자가 문학구장처럼 좁은 곳에서 0.900을 기록한 타자보다 OPS+ 점수가 더 높게 나올 수 있다는 사실은, 데이터가 주는 공정한 승부의 묘미를 잘 보여줍니다.
3. 기록이 바꾼 야구의 전략: 생산성의 극대화를 향하여
이러한 지표들의 등장은 야구단의 운영 전략을 근본적으로 바꾸어 놓았습니다. 과거의 스카우트들은 화려한 타율에 현혹되어 선수에게 거액의 연봉을 안겨주곤 했습니다. 하지만 세이버메트릭스를 도입한 구단들은 이제 OPS와 OPS+를 통해 '저평가된 우량주'를 찾아냅니다. 타율은 낮아 보이지만 볼넷을 잘 골라 출루율이 높고, 가끔 터지는 장타로 OPS를 끌어올리는 선수를 영입하여 적은 비용으로 최대의 득점 효율을 뽑아내는 것입니다.
팬들 역시 이제는 선수를 입체적으로 바라봅니다. 9회 말 찬스에서 타석에 들어선 타자가 단순히 안타를 칠 확률만 기대하는 것이 아니라, 그가 가진 출루의 가치와 장타 한 방의 위력을 OPS라는 지표를 통해 입체적으로 분석하며 경기를 즐깁니다. OPS는 현재의 상태를 보여주는 스냅샷이라면, OPS+는 그 선수가 야구 역사와 리그 전체에서 어느 정도의 위치에 서 있는지를 알려주는 정교한 지도와 같습니다.
🏁 숫자를 통해 타자의 헌신을 재평가하다
타율이 타자의 '정교함'을 칭송하는 지표라면, OPS와 OPS+는 타자의 '헌신과 파괴력'을 예우하는 지표입니다. 아웃되지 않기 위해 투수와 끈질기게 승부하고, 팀의 승리를 위해 주자를 불러들이는 거포들의 노고가 이 숫자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이제 전광판의 타율 옆에 작게 적힌 OPS 숫자를 그냥 지나치지 마세요.
그 숫자가 0.900을 넘어서고 있다면, 당신은 지금 당장 경기를 뒤집을 수 있는 진정한 해결사를 마주하고 있는 것입니다. 또한 환경의 제약을 뚫고 100 이상의 OPS+를 기록하는 타자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다음 글에서는 타자의 공격만큼이나 경기를 짜릿하게 만드는 요소이자, 그 가치를 측정하기 가장 까다롭다는 '수비'의 세계를 숫자로 풀어낸 지표인 UZR과 DRS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