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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네마 철학]<덩케르크> - 스피노자의 코나투스, 살아남는다는 것의 위대한 긍정

by siestaplan 2026. 4. 14.

[Editor's Insight] "자네들, 무얼 했나?" "살아남았습니다." "그거면 충분해." 영화의 끝자락, 살아서 돌아온 병사들에게 건네는 이 짧은 대사는 이 영화의 모든 것을 말해줍니다. 제가 대규모 해상 풍력 프로젝트나 복잡한 건설 현장에서 예상치 못한 중단 위기를 맞을 때마다 깨닫는 진리는, **리스크 관리의 최종 목적지는 화려한 성공이 아니라 '시스템의 지속 가능성(Survival)'**이라는 점입니다. 오늘은 죽음의 해변에서 피어난 생존의 의지를 철학적으로 해부합니다.



영화 덩케르크의 포스터


1. 코나투스(Conatus): 존재를 유지하려는 관성

스피노자는 모든 사물과 생명체는 자기 자신의 존재를 유지하려는 내적인 힘, 즉 **'코나투스'**를 가지고 있다고 보았습니다.

  • 본능적 투쟁: <덩케르크>의 병사들은 거창한 애국심이나 이데올로기를 위해 싸우지 않습니다. 오직 '살아서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달리고, 숨고, 헤엄칩니다. 이 처절한 몸부림이 바로 스피노자가 말한 코나투스의 발현입니다.
  • 비즈니스적 해석: 기업이나 프로젝트 역시 하나의 유기체와 같습니다. 극심한 경기 침체나 기술적 결함으로 존폐 위기에 처했을 때, 화려한 마케팅보다 중요한 것은 조직의 핵심 역량을 보존하고 살아남으려는 **'조직적 코나투스'**를 발동시키는 것입니다. 생존 그 자체가 다음 도약을 위한 가장 강력한 긍정이 되기 때문입니다.

2. 슬픔의 수동성 vs 기쁨의 능동성

스피노자는 감정을 두 가지로 나누었습니다. 외부 압력에 의해 위축되는 **'슬픔'**과 자신의 역량이 증대될 때 느끼는 **'기쁨'**입니다.

  • 희망의 전이: 해변에 고립된 병사들이 느끼는 공포는 코나투스를 저하시키는 '슬픔'의 감정입니다. 하지만 민간 어선들이 수평선을 넘어 구출하러 오는 장면은 병사들에게 '기쁨(역량의 증대)'을 선사하며 생존 의지를 폭발시킵니다.
  • 리스크 거버넌스의 정서: 리더의 역할은 위기 상황에서 구성원들이 슬픔(무력감)에 빠져 코나투스를 상실하지 않도록 돕는 것입니다. 명확한 구조 신호와 작은 성공의 경험을 공유함으로써 조직의 **'능동적 역량'**을 회복시키는 것이 진정한 위기 관리 리더십입니다.

3. 연대하는 코나투스: 개인이 모여 시스템이 되다

영화는 육해공 세 갈래의 시선을 교차하며 보여줍니다. 각자의 자리에서 생존을 위해 분투하는 개인들이 모여 결국 33만 명이라는 기적적인 생환을 만들어냅니다.

  • 공동의 보존: 스피노자는 인간이 이성을 통해 서로 연대할 때 각자의 코나투스가 극대화된다고 보았습니다. 나 혼자 살기 위해 남을 밀쳐내는 것이 아니라, 함께 배에 오르고 서로를 끌어올려 주는 행위는 가장 높은 층위의 생존 전략입니다.
  • 실무적 인사이트: 제가 해외 JV(Joint Venture) 프로젝트를 조율할 때 가장 강조하는 것은 '공동 생존'입니다. 파트너사 중 한 곳이 무너지면 프로젝트 전체가 좌초됩니다. 각 사의 이기적인 이익을 넘어, 프로젝트라는 거대한 유기체의 생존을 최우선으로 할 때 비로소 리스크를 분산하고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습니다.

결국 <덩케르크>는 우리에게 묻습니다. 당신은 위기의 순간에 단순히 두려워하고 있나요, 아니면 당신의 존재를 유지하려는 본연의 힘을 믿고 나아가고 있나요? 살아남는다는 것은 부끄러운 도피가 아니라, 생명의 본질인 코나투스를 증명하는 가장 숭고한 승리입니다.


[시네마 철학 사전]

  • 바뤼흐 스피노자: 만물에 신이 깃들어 있다는 범신론을 주장하며 인간의 감정과 욕망을 긍정적으로 해석한 근대 철학자.
  • 코나투스(Conatus): 사물이 자기 존재를 유지하려는 노력 혹은 경향. 인간에게는 욕망이나 의지로 나타남.
  • 필연성: 세상의 모든 일은 원인과 결과에 따라 일어나며, 인간은 이 원인을 이해함으로써 자유로워질 수 있다는 관점.
  • 능동과 수동: 외부 원인에 의해 휘둘리면 수동, 내면의 이성과 본성에 따라 행동하면 능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