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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네마 철학] <에브리씽...> - 장자의 제물론, '베이글'의 허무를 넘어서는 '나비'의 날개짓

by siestaplan 2026. 4. 16.

[Editor's Insight] "모든 것이 부질없어. 결국 거대한 베이글 속으로 빨려 들어갈 뿐이야." 모든 차원을 경험하고 허무주의에 빠진 조부 투파키의 이 말은, 정보 과잉의 시대를 사는 현대인의 무력감을 대변합니다. 제가 복잡한 JV(Joint Venture) 구조와 수많은 이해관계자가 얽힌 대형 프로젝트를 조율할 때 느끼는 점은, 모든 가치가 충돌하는 혼돈(Chaos) 속에서는 역설적으로 '어떤 것도 절대적이지 않다'는 유연한 사고가 최고의 리스크 관리 전략이 된다는 사실입니다. 오늘은 무질서 속에서 찾은 동양적 지혜를 탐구합니다.






1. 제물론(齊物論): 만물은 평등하며 경계는 없다

장자의 '제물론'은 세상의 모든 사물과 가치가 본래 하나이며, 우리가 나누는 '옳고 그름(是非)'이나 '귀하고 천함'은 인간이 임의로 만든 상대적인 구분일 뿐이라는 사상입니다.

  • 멀티버스와 존재의 평등: 영화에서 주인공 에블린(양자경 분)은 세탁소 주인, 요리사, 무술 고수, 심지어 손가락이 소시지인 인간 등 수많은 버전의 자신을 만납니다. 장자의 관점에서 이 모든 에블린은 우열이 없는 **'도의 한 조각'**일 뿐입니다.
  • 비즈니스적 해석: 리스크 관리에서도 '정답'이라는 고정관념은 위험합니다. 특정 공법이나 전략이 절대적으로 옳다는 독단은 변화하는 시장 상황에서 치명적인 리스크가 됩니다. 장자처럼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상황에 맞춰 변화(應)하는 '유연한 거버넌스'**가 필요합니다.

2. 호접몽(胡蝶夢): 꿈과 현실, 주체와 객체의 해체

장자는 자신이 나비가 된 꿈을 꾸고 깨어난 뒤, 내가 나비의 꿈을 꾸는 것인지 나비가 나의 꿈을 꾸는 것인지 물었습니다. 주체와 객체의 경계가 무너지는 순간입니다.

  • 버스 점프(Verse-jump)와 정체성: 에블린이 다른 차원의 능력을 빌려오기 위해 기행을 벌이는 '버스 점프'는 고정된 자아를 깨부수는 행위입니다. 내가 누구인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집착을 버릴 때 오히려 모든 차원의 힘을 쓸 수 있게 됩니다.
  • 실무적 인사이트: 제가 전문가로서 복잡한 인허가 갈등을 해결할 때 쓰는 방법은 '상대방의 차원으로 점프'하는 것입니다. 나의 입장(주체)만 고수하지 않고, 규제 기관이나 지역 주민의 논리(객체) 속으로 들어가 그들의 세계관을 이해할 때, 비로소 경계가 허물어지며 창의적인 리스크 해법이 나옵니다.

3. 무용지용(無用之用): 쓸모없음의 쓸모

장자는 구부러진 나무가 재목으로 쓸모가 없어서 베이지 않고 오래 살아남는 것을 보고 '쓸모없음의 위대한 쓸모'를 역설했습니다.

  • 가장 실패한 에블린: 영화 속 '우리의 에블린'은 모든 멀티버스 중 가장 선택을 못 하고 실패한 버전입니다. 하지만 바로 그 '실패의 가능성'이 모든 차원을 구원하는 열쇠가 됩니다.
  • 리스크 거버넌스의 포용성: 효율성만 따지는 조직에서는 '실패한 아이디어'나 '느린 인재'를 제거하려 합니다. 그러나 불확실성이 극대화된 시대에는 이러한 비주류적 요소들이 조직의 회복탄력성(Resilience)을 높이는 소중한 완충지대가 됩니다. 가장 보잘것없어 보이는 변수가 전체 프로젝트를 살리는 결정적 리스크 방어기제가 될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결국 <에브리씽...>은 우리에게 묻습니다. 당신은 거대한 허무의 베이글 앞에 서 있나요, 아니면 그 혼돈 속에서 사랑하는 이의 눈에 친절의 다정함을 담아내고 있나요? 진정한 리스크 관리는 세상의 혼돈을 통제하려 드는 것이 아니라, 그 혼돈조차 삶의 리듬으로 받아들이며 '지금, 여기'의 소중한 가치를 지켜내는 힘에 있습니다.


[시네마 철학 사전]

  • 장자(莊子): 노자와 함께 도가 철학을 완성한 인물로, 인위적인 규범을 벗어나 절대 자유의 경지(逍遙遊)를 추구함.
  • 제물론: 만물을 평등하게 바라보고 편견 섞인 시비(是非)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담론.
  • 무위자연(無爲自然): 억지로 무언가를 하지 않고 자연스러운 흐름에 몸을 맡기는 삶의 태도.
  • 회복탄력성: 시련이나 혼돈 상황에서도 원래의 상태로 회복하거나 더 나은 방향으로 변화하는 능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