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는 ‘투수 놀음’이라 불릴 만큼 마운드 운용이 승패를 가릅니다. 그중에서도 불펜 투수의 기용 시점, 즉 ‘언제, 누구를 투입하느냐’는 경기의 흐름을 좌우하는 결정적 요소입니다. 최근 세이버메트릭스의 확산으로 불펜 운용의 핵심 지표로 주목받는 것이 Leverage Index(LI)입니다. 이 글에서는 LI의 개념과 클러치 상황에서의 투수 가치, 불펜 배치 전략에 대해 깊이 있게 분석해 보겠습니다.

1. 📊 Leverage Index란 무엇인가 (LI)
Leverage Index (LI)는 경기 상황의 중요도를 수치로 표현한 세이버메트릭스 지표입니다. 1.00이 평균적 상황이라면, 이보다 높은 수치는 해당 이닝·타석이 경기의 ‘승부처’ 임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8회 말 1점 차 1사 만루 상황은 LI가 3.00 이상까지도 측정될 수 있습니다.
1-1. '언제'의 가치 측정
LI는 투수나 타자의 기여도를 정량화할 때 ‘언제’ 활약했는지를 반영해 줍니다. 즉, 성적이 같더라도 높은 LI 상황에서 잘 던진 투수는 더 높은 가치를 인정받게 되는 것입니다. 이는 단순한 방어율이나 피안타율로는 설명되지 않는 '클러치 능력'을 수치로 설명해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유용합니다.
KBO에서도 일부 구단은 불펜 기용 시 LI 데이터를 참조하고 있으며, “누가 잘하느냐”보다 “언제 잘하느냐”를 기준으로 필승조 구성을 조정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는 야구의 흐름이 점점 더 ‘정해진 9회 마무리’에서 ‘상황 중심 운용’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신호이기도 합니다.
2. 🧠 클러치 상황에서의 투수 심리와 퍼포먼스 (클러치)
클러치(clutch)는 사전적으로는 ‘결정적 순간’을 의미하며, 야구에서는 경기의 중대한 순간에 뛰어난 활약을 펼치는 능력을 뜻합니다. 하지만 클러치 능력은 단순히 기량이 아니라 심리적 강인함, 집중력, 루틴 관리 능력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영역입니다.
2-1. 고 LI 상황의 압박감과 대응
고 LI 상황에서는 투수의 모든 감각이 극도로 예민해집니다. 한 공, 한 결정이 경기의 승패를 좌우하기 때문에 마운드 위 압박감은 평상시의 수 배에 달합니다. 이때 무너지지 않고 제구를 유지하며 위기를 넘기는 투수는 자연스럽게 코칭스태프와 팬들의 신뢰를 얻게 됩니다.
2-2. 클러치 투수의 특징
클러치 능력이 뛰어난 투수는 대개 다음과 같은 특징을 보입니다:
- 자신만의 루틴을 갖고 흔들리지 않는 멘털을 유지합니다.
- 스트라이크존 가장자리 공략에 능하다.
- 투구 템포를 스스로 조절할 수 있습니다.
- 장타를 허용하지 않고 볼넷을 최소화합니다.
따라서 단순히 구속이 빠르거나 피칭 수치가 좋은 투수가 아니라, 정신적 회복력과 집중력이 뛰어난 선수가 클러치 상황에서 더 많은 가치를 지닙니다. 이는 결국 투수 기용 전략에 있어 심리적 역량까지 고려한 세심한 운용이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3. 🛡️ 불펜 배치 전략의 재정립 (불펜 배치)
전통적인 불펜 운용 방식은 7회 셋업맨, 8회 브리지맨, 9회 마무리로 고정된 형태였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고정된 패턴은 승부처를 놓치는 비효율적 운용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7회나 8회에 경기의 향방이 결정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고 LI 상황을 감지하고 가장 신뢰할 수 있는 투수를 해당 시점에 투입하는 전략이 더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3-1. '리버리지 마무리' 개념 도입
MLB에서는 이미 불펜 운용에 있어 LI 기반 전략이 정착 단계에 있으며, 대표적으로 ‘리버리지 마무리(Leverage Closer)’라는 개념이 등장했습니다. 이는 반드시 9회가 아닌, 가장 LI가 높은 이닝에 마무리급 투수를 기용하는 방식입니다. KBO도 최근 몇 시즌 동안 경기 후반 '7~8회 불펜의 중요성'이 강조되며 이에 유사한 흐름을 보이고 있습니다.
3-2. 효율적인 불펜 배치를 위한 전략 요소
불펜 배치의 재정립을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전략 요소가 필요합니다:
- LI 실시간 모니터링 시스템 구축
- 투수별 클러치 지표 분석 및 시각화
- 불펜 투수별 역할 유연화 (이닝 고정 탈피)
- 마무리 투수에 대한 인식 전환 및 교육
특히 승부처에서 필승조의 체력 분배와 정신적 준비 상태를 고려한 사전 설계된 운용 전략이 중요하며, 이를 위해 데이터팀과 코칭스태프의 협업 구조가 필수적입니다.
이제 야구는 단순한 ‘역할 고정식 불펜 운용’에서 벗어나, 경기 흐름과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전략을 조정하는 ‘리버리지 중심 운용’으로 전환되고 있습니다.
- 핵심 도구: Leverage Index와 클러치 지표는 불펜의 가치를 재평가하는 핵심 도구입니다.
- 승리 공식: 승부처에 강한 투수를 언제, 어떻게 쓸 것인가는, 야구의 전략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과학적 결정입니다.
⚾ 다음 KBO 경기에서 감독이 9회가 아닌 7회나 8회에 에이스 불펜 투수를 투입한다면, 그 상황의 LI가 얼마나 높았을지 예측하며 전략적 운용을 분석해 보세요.